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살면서 읽으면서 책 삶 기록

도로시 버틀러 지음 / 김중철 옮김/ 보림


이 책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교육학과 학위 논문 <쿠슐라; 장애아 사례 연구 - 3년 동안의 풍요로운 삶>(1975)을 다듬은 것이다.
판권 처음에 나오는 내용이다.
판권에서 알려주다시피 이 책은 쿠슐라 라는 장애아를 부모+주위친척들이 돌보면서 그림책을읽어준 효과를 날마다 기록하였다가 할머니가 논문으로 낸 것을 읽기 쉽게 다시 편집하여 낸 책이다.

즉,
1. 쿠슐라는 유전자 이상으로 태어난 장애아다.
2. 지은이 도로시 버틀러는 쿠슐라의 할머니다.
3. 쿠슐라를 돌보면서 부모가 읽어준 그림책과 그에 대한 발달사항을 적었다.
4. 이를 할머니가 교육학위 논문으로 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림책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성공적인 언어발달, 나아가 사회성 발달까지 이뤄냈다.

물론, 쿠슐라에게는 주변 모두가 조력자였고, 부모는 의사의 권고를 마다하고 결단할 만큼 견해와 지식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쿠슐라를 돌보는 부모와 조력자들은 그림책 뿐만 아니라 아이의 수면, 식사, 배변 등 아이의 발달 과정 모든 면을 성실하게 기록했다!

(나도 아이의 언어발달과정을 기록하긴 한 결과가 페이스북에 있긴 하지만 쿠슐라에 비할 바가 못된다. 더 열심히 기록할걸. 그러나 기록이 쉬운가!)

10개월부터 잠을 자지 않는 쿠슐라에게 어찌할 수 없어 읽어주기 시작한 그림책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쿠슐라가 좋아한 그림책들에 대한 정리는 독자가 좋아하는 그림책에 대한 정의로 이어졌을 것 같다.

예를 들면 4장에서 쿠슐라가 2년 6개월쯤 좋아하는 그림책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 쭉 진행해야  한다. 방향을 벗어나거나 딴 데로 돌리는 것은 한 살에서 세 살짜리 아이를 위한 게 아니다." 라는 언급이 있다. 그림책 편집자들에게 지금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편집방향이다. "독자가 예상한 그대로" 벌어지는 것. 여기서 존 버닝햄의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가 인용되었다.
좀더 인용해보자.
독자를 만족시키는 절정이란, 두 살짜리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니 설명 자체를 거부한다. 묘사로 호소해야 한다. 절정은 확실히 해결에 이르는 큰 사건이고, 반드시 있어야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다가, 마침내 도달하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점이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에게 앞으로 독서 생활을 즐기는 데 필요한 무장을 갖추게 해준다.

또 하나. 쿠슐라에게는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등장하는 그림책이 많았다!
게다가 1975년 쿠슐라는 매리 홀 에츠, 존 버닝햄, 모리스 샌닥 등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메리 홀 에츠의 책 <나랑 같이 놀자>에는 "놀라울 정도로 쿠슐라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 아이가 나"왔고, "쿠슐라가 도서관에 책을 갖다 주지 않으려고 해서 할 수 없이 산 책이 딱 한 권 있었"는데 모리스 샌닥의 <깊은 밤 부엌에서>였다.
(<깊은 밤 부엌에서>의 정서는 한국 어린이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 내용과 정서를 이해하려면 1970년대 빵집과 도시, 가족 풍경을 이해해야 한다.)

3년 9개월에서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논문)는 사실상 끝이 난다.
그러나 맺음말에 "쿠슐라 이야기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이 이야기만이 지닌 독특한 특징을 밝히고 설명해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시대를 건너 2019년 지금 이 책을 읽는 내가 짚어야 할 핵심이 아닐까.

얼마전 읽은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독서가 모든 성적을 좌우한다고 말한 것 처럼, 그림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므로.

(공부머리 독서법 독서노트는 여기
http://hyunaaa.egloos.com/2234818)

쿠슐라가 부모로부터,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는 친지(논문을 쓴 할머니는 물론, 친척도 서점을 했다)로부터, 또 오클랜드 대학 연구진으로부터 받은 상황적 특징은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안정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은 쿠슐라의 안정적인 발달을 도와주는 가장 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림책 보다 더.

이 책을 쓴 도로시 버틀러 할머니는 2015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쿠슐라는 "명랑하고 유머 감각이 있으며 삶을 즐기며"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수업일기4 - 다독의 함정

"우리 아이 책 많이 읽어요."
"많이 읽는데 글을 잘 못 써요."
"요점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진짜 많이 읽는 건지, 아니면 글자만 보는 건지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특히 그림책에서 줄글 독서로 넘어가는 초2,3 시점에 다독왕, 대출왕 등 권수로 상을 주는 게 많다보니 더 잘 하려는 아이들이 오히려 다독의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

사례1.
초2. 영어도 잘하고, 예체능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고 야무지고 예쁜아이.
<선생님 기억하세요>를 읽었는데 학생이 말썽피웠을때 짜증났을 것 같다며 짜증내지 말자로 독후감을 썼다. 완전히 어긋난 주제의 독후감이다.
여러 학원으로 바쁘다보니 훑어보고 대충 파악하고 쓰는 게 습관이 되어 찬찬히 읽을 생각보다 빨리 읽고 숙제 끝내야지 하는 습관이 고쳐지지 않았다. 영어 레벨테스트에서도 어느 단계이상 올라가지 않았고 급기야 초3 모든 학원을 끊고 엄마가 다시 붙잡고 책 읽어주기로 돌아갔다.

사례2.
초5. 책을 매일 저녁 쌓아놓고 읽는다는 아이. 그런데 독후감대회에서 상을 받지 못해 늘 속상해 했다. <진실게임>이란 책을 읽었는데 주인공이 왜 오해를 받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대략적인 윤곽만 기억했고 책의 그림에서 힌트를 더 많이 얻었다.

다독의 유혹에 빠지는 시기는 초2,3 읽기 독립이 시작될 때다. 이때는 혼자 읽는데다 그림책에서 줄글독서로 넘어가는 시기라 많이 읽는 것이 가능하지도, 좋지도 않다. 그런데 우린 너무 다독을 시키는 게 아닐까?
다독이 속독으로 습관화되고, 이것이 문제라는 걸 인지했을 때는 이때부터 이걸 바로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양보다 질, 권수보다 긴글에 주목할 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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